경기불황으로 대학 졸업생의 취업문이 바늘구멍처럼 좁아진 가운데 졸업이 닥쳤지만 취직이 되지 않은 대학 졸업반 학생들이 뒤늦게 졸업을 미루기 위한 비법을 찾느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서울시내 대학들에 따르면 서울 S대 학사관리 담당부서에는 최근 `졸업을 안할 수 있는 비법을 알려달라'는 문의전화가 줄을 잇고 있다.
학교 관계자는 “학기초 취업이 될 줄 알고 졸업 준비를 마쳤지만 직장을 잡지 못한 학생들이 다급하게`4학년인데 졸업을 안 하고 미루는 방법이 없겠느냐'는 문의전화가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졸업자격 인증이나 졸업 논문을 일부러 내지 않아도 학부과정을 수료한 것이 돼 현실적으로 졸업을 유예할 수 있는 방법은 수강과목 교수에게 부탁해 일부러 F학점을 받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수강과목 교수를 찾아가 솔직하게 사정하면 이를 감안해 F학점을 주는 교수도 있다고 이 관계자는 귀띔했다.
서울 K대 학사지원부에도 졸업을 미룰 수 있는 비법을 묻는 문의전화가 꾸준히 걸려오고 있다.
이 대학 관계자는 “학생들이 졸업을 유예하기 위한 방법을 문의해오면 `2중 전공을 하라'고 제안한다”면서 “일부러 F학점을 받는 것보다는 경영학 등 취업에 유리한 제2전공을 신청해 학점을 이수하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학의 경우 지난해 2월 졸업자 2천259명 가운데 2중 전공자는 526명으로 경기불황이 시작되기 전 200∼300명 가량에서 2배로 급증했다.
박모 교수는 “80년대에는 학생운동에 투신, 정치적 목표를 이루기 위해 일부러 졸업을 늦추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취업 때문에 일부러 F학점을 받거나 하는 방법으로 졸업을 늦추려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에 가까스로 취업에 성공했다는 K대 졸업반 이모(26)씨는 “취업에 잇따라 실패하는 선후배나 동기들이 졸업을 유예하고 뒤늦게 경영학 등을 2중 전공으로 선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취업문이 바늘구멍보다 좁다”면서 “비싼 등록금을 내고 일자리 하나 얻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대학을 7∼8년 다니는 사람들을 쉽게 눈에 띄니 씁쓸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