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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세계문화유산 됐다
지난달 30일 중국 쑤저우(蘇州)에서 열린 유네스코 제28차 세계유산위원회 총회에서 북한 고구려 고분군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됨으로써 북한도 이제 세계유산 보유국의 대열에 들었다.
이에 앞서 중국도 ‘고구려 수도, 귀족과 왕족의 무덤’ 등 3점을 세계유산목록에 올림으로써 모두 32점의 세계유산을 보유하는 나라가 됐다.
북한의 세계유산 등재는 1998년 세계유산협약에 가입한 지 6년 만에 이뤄졌다. 북한은 2000년 5월 고구려 벽화고분을 비롯해 평양 유적, 개성 유적, 금강산 등 7점을 세계유산 잠정목록으로 제출하며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2002년 1월에는 ‘고구려 고분군’을 세계유산 목록으로 제출했고, 지난해 6월 제27차 세계유산 총회에서 정식 등재심사 안건으로 채택되었다.
그러나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가 몇 가지 사항을 문제삼아 이를 보완한 후에 다음 회의에 재상정하라는 보고서를 제출, 심사가 보류되었다.
당시 ICOMOS는
▲만주지역 고구려 고분과의 비교 연구 후 중국과 공동등록
▲고구려 고분의 원형 훼손
▲고분 비공개로 인한 추가조사 필요 등을 내세워 보류를 권고했다.
북한은 지적사항을 충실히 이행, 지난 3월 ICOMOS로부터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해도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고구려고분군이 올해 총회에서 등재가 유력시된다는 예측이 흘러나왔다.
이번에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북한의 고구려 고분은 모두 63기다. 이들 고분은 고구려 후기인 4∼7세기에 조성된 것으로 독창적인 고분 토목기술, 독특한 매장 관습 등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무엇보다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은 것은 고분벽화. 63개 가운데 벽화가 있는 고분은 덕흥리 고분 등 모두 16기로 고구려의 문화, 역사를 보여주는 대표적 문화재들이다.
역설적이지만 고분 및 벽화의 훼손이 심하다는 점도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는 데 한몫 했다. 세계문화유산 선정 기준에는 ‘파괴 위험에 직면한 문화유산’도 한 항목으로 들어있다.
고구려 고분군이 중국내의 고구려 유적과 함께 공동세계유산으로 등재되지 않고 개별적으로 등재되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앞서 ICOMOS는 고구려 고분군의 세계유산 등재를 권고하면서 중국내 유적과 공동으로 등재신청할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북한이 ‘공동 등재 반대’ 원칙을 초지일관 고수, 개별 유산 등재를 성사시켰다. 중국과 공동등재는 북한으로서는 ‘반쪽 등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고구려고분이 중국내 고구려 유적과 함께 세계유산으로 나란히 등재됨으로써 고구려 유적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보존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고구려 고분군’의 세계유산 등재로 북한은 유네스코로부터 유적보존을 위한 기술적·재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됐다. 이와 함께 고구려고분의 보존·관리에 대해 6년마다 유네스코에 보고서를 제출해야 돼 이들 유적에 대한 보존노력이 배가될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고구려 유적을 정비하며 외부 공개를 꺼려왔던 중국은 이들 유적을 한국인을 비롯한 외국인들에게 조만간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중국이 고구려사를 중국사의 일부로 선전하는 데 이용될 수 있다는 점. 고구려의 초기 수도가 모두 중국 땅에 위치해 외국인들에게 고구려는 중국사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높은 점도 우려되는 사항이다.
이와 관련, 서길수 고구려연구회장은 “중국의 고구려사에 대한 자국사 편입을 막기 위해서라도 북한의 평양성, 안악궁, 대성산성과 같은 왕성과 고구려 유적들을 추가로 세계유산에 등재시켜야 한다”며 “이들 유적을 보존, 복원하는 데 남한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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